본편 · 아홉 장나를 읽고, 앞으로의 길을 찾다.
기질부터 인연, 일과 돈, 몸의 기운과 앞으로의 시간. 한 가지 깊은 고민까지 아홉 장에 담는 나만의 이야기.

본편 1개 · 무료 체험 1개
본편 · 아홉 장기질부터 인연, 일과 돈, 몸의 기운과 앞으로의 시간. 한 가지 깊은 고민까지 아홉 장에 담는 나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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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의 서고에 한 권의 책이 놓인다.
첫 장에는 타고난 기질이 적히고,
살아온 날마다 그 뒤에 기록이 쌓였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은, 여러 갈래의 길로 남아 있었다.
그 모든 가능성을 지키는 신.
그의 이름이 서공이었다.

수천 번의 계절이 지나도록,
그는 인간에게 남은 길을 지켰다.
기록자에게는 한 가지 금기가 있었다.
서공은 오랫동안 그 말을,
멀리서 지켜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다시 써보려던 지원서를 덮었다.
그 순간, 책 속의 갈림길 하나가 희미해졌다.
한 권만이 아니었다.
서고 곳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실패가 한 사람의 결말이 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볼 여유조차 남지 않은 채.

천명록은 삶을 비추는 책이었다.
무엇에 지쳤는지, 어디에서 자꾸 막혔는지.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달리할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들려주어야 했다.
기록을 읽어주는 일과 선택을 대신하는 일은 달랐다.
서공은 처음으로 붓을 내려놓았다.
지난 장에는 다른 기록도 남아 있었다.
남들이 놓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한 날.
도움을 청하지 못해 혼자 밤을 새운 날.
서공은 그가 자신을 탓하던 문장 앞에서 멈췄다.

그날 밤,
자신이 실패한 날만 기억하는 이에게,
그가 잘해 온 일과, 달리해 볼 선택을 들려주기 위해.
서공은 인간계에 서고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잘 버틴 날도, 자꾸 어긋난 선택도
한 장씩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서공은 기록에서 보이는 길을 설명했다.
어느 길로 갈지는 찾아온 사람의 몫으로 남겼다.
그리고 오늘,
물어볼 말을 품은 네가 그 문 앞에 섰다.

네가 문 앞에 멈추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빈자리를 가리켰다.
서공이 책을 네 앞으로 밀었다.
그의 손끝이 첫 장을 펼치자,
종이 위로 금빛 글자가 떠올랐다.

천 명 록
이제, 네 이야기를 들려다오.